관람 안내
상설전시

전시명 : 《단색畵와 조선 木가구》


전시기간 : 2016. 12. 7 ~ 2017. 6. 14


운영시간 : 화·수·목·금 13~17시


(입장마감 16:30 방학 중 휴관 일정은 박물관 홈페이지 참고)

전시장소 : 박물관 공간 1 (문헌관 3층)



전시소개


홍익대학교박물관은 2016년 소장품 특별전 《단색畵와 조선 木가구》를 통해 20세기 한국적 모더니즘 미술의 대표적 흐름인 단색화와, 19세기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이 남긴 목가구를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100여년의 간격이 있는 단색화와 조선 목가구를 함께 보며 이 세월의 간극을 관통하는 우리 문화의 자연스럽고 간결한 미적 깊이와 정서를 느껴보고자 기획되었다. 전시는 박서보, 서승원, 윤형근, 이상남, 이승조, 진옥선, 최명영, 하종현, 한영섭, 허황의 1970~1990년대 단색화 14점과 조선 선비의 문방소품, 사랑방가구 7점으로 구성되었다.


단색화는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1970년대 중반 한국화단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자리잡는데 백색과 황색, 흑색의 단색조와 재료의 물성 추구, 동일 형태의 반복 등으로 그 특징을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단색화의 중심에는 많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출신의 작가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단색조의 제한된 평면 공간 위에 반복적인 손의 행위가 더해지거나 재료 자체가 가진 물성을 강조하는 방법을 통해 회화의 평면은 나름의 조형적 구성을 지닌 공간으로 창출된다. 이번 소장품 특별전은 평면에 펼쳐진 작가의 의도와 재료가 낳은 우연적인 효과가 서로 부드럽게 결합하는데서 우러나오는 단색화의 깊고 단아한 미감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감을 목재가 가진 자연적인 무늬와 선비의 안목, 장인의 솜씨로 절묘하게 빚어진 목가구와 나란히 맞대어 보려는 것이다.



단색화와 함께 전시된 조선시대 서안, 연상, 문갑은 목재의 결과 부드러운 질감, 선과 면의 비례가 조화된 대표적인 사랑방가구이다. 사랑방은 조선시대 유교이념에 입각해 학문과 인품을 갖춘 선비의 생활공간으로 간결하고 검소한 기물들로 구성되었다. 또 집안의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의 규범과 주인의 안목에 따라 개성있는 실내 공간으로 꾸며졌다. 조선시대 목가구의 공통적인 특징은 가구의 전면이 사각형의 여러 면으로 분할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는 뚜렷한 사계절로 넓은 판면의 목재를 구하기 어려운 대신 선이 뚜렷한 나뭇결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생긴 양식이다. 이와 같은 양식을 바탕으로 가구를 만드는 장인들은 자연이 만들어준 목재의 본성을 지키면서 가구의 용도에 따라 선과 면의 형태를 조화롭게 구성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에 제작된 문갑, 서안, 연상, 약장과 공예품이 함께 전시된다.



단색화에서도 재료에 내재된 물성과 작가의 고유한 기법이 만든 화면의 구성을 살펴볼 수 있다. 하종현은 마대 천 뒤에서 걸쭉하게 갠 안료를 밀어넣고 자연스럽게 앞면으로 흘러나온 안료를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여 누르고 긋는 행위를 더한다. 그의 대표 연작 〈접합〉은 바로 이러한 캔버스와 물감의 만남, 물감과 신체의 만남이다. 윤형근은 암갈색과 군청색의 물감을 테레빈유와 섞어 농도를 묽게 만들고, 묽은 물감을 묻힌 붓을 아무런 전처리를 하지 않은 캔버스 위에 큰 획으로 그어 작품을 제작한다.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번 덧바르면서 물감이 번지고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선이 그어진 부분과 빈 부분의 조화는 간결하되 깊이있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또한 단색화 작가들이 지향하는 초월적 정신세계는 옛 선비들의 이념적 성향과 닮아 있다. 박서보의 〈묘법〉연작은 여러 변화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초창기 연필 묘법에서 박서보는 단색의 화면 위에 선을 긋고 그리는 일종의 무념의 행위를 자기 수련의 과정으로 추구하였다. 이후 한지를 사용한 묘법을 선보이는데, 물감을 적신 한지를 겹겹이 화면에 올린 뒤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여 수직의 선을 반복적으로 내려 그으며 화면에 일정한 간격의 골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극도의 절제와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작업과정은 목가구와 목공예를 다듬던 옛 선조들의 자기수양 및 순수미감과 닮아있다.



선비들의 목가구와 소품, 그리고 함께 전시된 단색화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우리가 잃어버렸을지 모르는 정서와 향기를 천천히 음미하게 한다. 시간의 축적이 깃든 목가구와 넓은 색면이 구성하는 미적 공간에서, 이번 전시가 사유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